<아이사랑-More Babies>엄마 사원에 날개 달아주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김포 본사 항공의료센터 휴게실에서 최근 넷째 아이를 임신한 여직원 남은영(왼쪽 첫번째)씨가 가정의학과 전문의 안성희(〃세번째)씨 등과 상담을 겸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임정현기자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김포 본사 건물에 위치한 항공의료센터. 인천공항 탑승수속팀에 소속된 남은영(여·30)씨는 이날 오후 자신과 임신 4개월을 맞은 태아의 건강 관리 상담 등을 위해 짬을 내서 센터를 찾았다. 2140㎡ 규모의 센터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2명 등 의사 4명을 비롯해 60여명의 의료 인력이 있어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다.

사실 남씨에게 이번 출산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7년 첫 출산 이후 쌍둥이 자매를 포함해 세 딸을 낳았고 이제 넷째 아이가 하루빨리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씨는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9년째 해온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며 “다행히 근무부서 조정 등 회사의 적극적인 배려로 넷째까지 낳게 됐고 동료들 중에도 세 자녀 이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래 남씨의 소속팀은 매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출퇴근해 현장 근무를 해야 하지만 남씨는 임신 사실을 확인한 직후 본사 사무실 근무로 옮겼다. 이와 함께 만 7세까지 매달 한 자녀당 10만원씩 지원되는 ‘육아보육비 지원제’로 매달 30만원씩 지원되는 것 역시 다산을 결심한 남씨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결혼 후 4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했던 여직원 김승희(34·가명)씨의 경우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출산 지원 프로그램인 ‘불임치료휴직제’의 혜택을 보았다. 불임치료휴직제란 전문의에 의해 불임 판정을 받은 여직원 중 인공수정, 시험관시술 희망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1회 연장 가능)다.

고민 끝에 김씨는 지난 2006년 1월 불임치료 휴직을 신청했고 이후 6개월간 성공하지 못하자 휴직을 한 차례 연장하며 계속 시도한 끝에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했다. 결국 그는 2007년 4월 꿈에 그리던 아이를 얻었다. 이후 그는 소중하게 얻은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2007년 7월 육아휴직을 신청해 아이를 돌보다 지난해 3월 복직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업 특성상 여성 임직원 비율이 일반 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올 6월 현재 전체 1만6813명의 임직원 가운데 여성은 6083명으로 36.2%를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객실승무원의 경우 전체 4310명 가운데 여성이 90.4%(3897명)에 달하고 최근에는 조종사 및 정비 분야에서도 여성 비중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3년간(2006~2008년) 신규 채용된 직원 가운데 여성 점유율은 64%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여성 임직원들의 출산 및 육아 문제 해결은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대한항공의 대표적인 출산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먼저 객실승무원에 대한 ‘임신휴가제’가 꼽힌다. 법정 출산휴가 기간과 관계없이 임신 사실을 안 날부터 즉시 진단서 제출만으로 임신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모두 426명의 승무원이 임신휴가를 사용했고 올해는 상반기(1~6월)까지 180명이 임신휴가제를 신청했다.

임신 8주째에 임신 사실을 알고 휴가를 신청했던 객실승무본부 국제선팀의 김희정(여·39) 사무장은 “객실승무원들의 경우 지상과 달리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특히 임신 초기 태아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며 “임신 확인 즉시 휴가를 쓸 수 있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출산후 3년 이내에 최대 1년(2개월 연장 가능)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와 출산 전후(90일간)는 물론 유산, 조산 등 사유 발생시 산모 및 태아 보호를 위해 휴가를 부여하는 ‘산전후휴가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임신한 직원이 검진 희망일 15일 전 신청시 건강검진에 소요되는 시간 동안 근무를 면제해주는 ‘태아검진시간제’도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육아휴직과 육아보육비 지원 외에 실질적인 육아 지원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부서별 업무 여건을 감안해 육아휴직 기간과 합산해 최대 1년간 주당 15~30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시행하고 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여직원들이 편하게 수유할 수 있는 모아사랑방 운영과 사내 임신육아교실 운영 등도 여성 직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출산 및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대한항공은 지난해엔 여성신문사가 선정한 ‘여성소비자가 뽑은 좋은 기업’ 대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잡코리아 설문 조사 결과 ‘여대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2위에 꼽히기도 했다.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은 “여성 인력의 문제는 더 이상 ‘채용’의 문제가 아닌 ‘활용’으로 초점을 옮겨가야 한다”며 “출산 및 육아 문제 해결을 지원함으로써 여성 인력이 직장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